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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업>유라시아 정세분석 (Eurasia In-Depth Review)
1. 코로나 바이러스와 러시아, 사우디, 미국간 석유 전쟁 (백 주 현 / (사)유라시아21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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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4-13 16:23:07

< 코로나 바이러스와 러시아, 사우디, 미국 간 석유 전쟁 >


백 주 현
(사)유라시아21 부이사장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우한에 국한될 것으로 보았던 초기 상황은 중국 전역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고 있다. 수퍼파워임을 표방하는 트럼프의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 1위라는 수모를 겪고 있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등 모든 국가의 경제가 멈춰 섰다. 그 결과 석유는 이제 남아도는 자원이 되었다. 러시아나 사우디도 석유를 더 팔 곳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2014년부터 유지되어온 러시아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하는 OPEC간의 석유감산 합의도 깨져버렸다.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는 마음들일 것이다.

러시아는 OPEC와 합의 하에 석유 생산을 줄였더니 미국의 셰일을 생산하는 회사들만 덕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는 에너지 분야에서의 수급에 국한되어 있을까?

러시아는 코로나 사태의 혼란 속에서 경제제재로 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2014년 크림합병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으로부터 가해진 경제제재는 러시아를 질식시켜왔다. 수입대체산업의 육성 등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러시아는 재정지출을 최대한 억제해야하는 궁핍한 살림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간 합의가 파기되자 유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6년 배럴당 29달러를 기록하자 휴스턴 에너지 회사들의 대량 해고 사태가 있었다. 이제는 20달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몇 개월 계속되면 셰일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량해고 뿐만 아니라 파산 신청에 들어갈 것이다. 급기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러시아와 OPEC국가들의 감산을 유도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경제가 망가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상황을 상기해보자. 수십 년 내에 세계적인 석유 매장량은 성숙기를 지나 고갈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기 시작하였다. 급증하는 원유 수요에 공급을 늘리기 위한 유전개발 계획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었다. 육상유전으로 모자라 해상유전으로, 낮은 바다에서 심해저 유전 개발에 까지 나서는 메이저 회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2014년부터는 공급초과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셰일 가스와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배럴당 50-60불 정도의 원유 가격은 세계경제를 위해 적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다. 희귀성으로 인해 높은 가격을 수 십 년 간 유지해온 원유가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느낌이다. 지금 벌어지는 석유전쟁은 낮아진 희귀성하에서도 석유 판매에 재정을 과다하게 의지해온 OPEC국가들과 러시아의 절규이다. 그들에게 석유 산업에서 생기는 수익은 곧 권력이다. 사우디를 비롯한 OPEC국가들과 러시아는 저유가가 계속되면 정권 유지가 어려운 국가들이다. 다른 산업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높을 때는 그 달콤함에 빠져, 유가가 낮은 때는 재정상태가 나빠져서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자체의 변수에 더해 국제 정치적 변수들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정국, 러시아의 경제제재 탈피, 푸틴 대통령의 개헌추진 등이 석유전쟁의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 대선에서 조셉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 된다면 원유시장은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과는 달리 셰일 생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인공지진과 화학물질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환경파괴에 대한 염려가 크다. 셰일 생산을 금지시키지는 않더라도 프레킹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통제는 강화될 것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OPEC와 러시아는 한숨을 돌리게 된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상승 할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석유전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나누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굳이 따진다면 사상 최고의 강한 경제를 유지해온 미국이 유리할 것이다. 석유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그 종사자들이 고용이 늘어나는 아마존 같은 다른 업종으로 일시적인 피난을 갈 여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갑자기 늘어나는 실업자 수에 석유업계 해고자들을 넉넉히 받을 만한 여유는 없을 것이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석유전쟁은 석유시장의 독점적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시도로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빚은 일시적인 충돌 사태로 보인다. 결국 미국, 러시아, 사우디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 조기에 전쟁을 마무리하려 할 것이다.

수개월 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다면 세계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끊어졌던 하늘 길 바다 길이 연결되고 국가 간 무역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유럽의 체력 회복을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무역과 투자의 재개가 필수적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비교적 빨리 끝난 것은 주요 국가들이 보호주의 정책 대신에 국제 무역의 확대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싸움보다는 협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푸틴 젤렌스키 회동을 불씨로 유럽과 러시아간의 경제협력이 재개될 단초가 마련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러시아 시장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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